풍랑 가운데 함께하시는 주님!
교도소로 교화를 위해서 가는 날이면 언제나 두 가지 마음이 제 안에 공존합니다.
하나는 외국인인 제가 한 시간 넘게 중국어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부담감입니다.
혹시라도 서툰 표현 때문에 생명의 말씀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을까 염려하며, 한 문장 한 문장을 하나님께 맡깁니다.
그러나 그 부담보다 더 크게 제 마음을 채우는 것은 감사입니다.
죄와 절망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부족한 저를 사용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오늘도 복음의 용사로 살아가게 하시는 임마누엘의 주님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무거울 수 없습니다.
오히려 감사와 기대를 품고 교도소의 문을 들어섭니다.
오늘은 올해 세 번째 방문하는 공장 단위었습니다.
약 100여 명이 함께 생활하는 작업장에 들어갔을 때 한 형제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자신을 크리스천이라고 소개하며 늘 성경책을 곁에 두고 읽고 있었습니다.
강의를 준비하는 동안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 달이면 출소합니다."
그의 말에 진심으로 축하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될 그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함께 나눈 본문은 마가복음 4장, 예수님께서 풍랑을 잠잠하게 하시고 제자들을 꾸짖던 사건이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같은 배를 타고 있었지만, 거센 풍랑 앞에서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급기야 잠시 주무시던 예수님을 깨우며 외쳤습니다.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되었는데도 돌보지 아니하십니까?"
예수님께서는 먼저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셨습니다.
순식간에 거친 파도는 잔잔해졌습니다.
그리고는 제자들을 향해 말씀하셨습니다.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이 말씀은 단지 제자들만을 향한 책망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향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하나님을 모르기에 자신의 힘과 경험을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교회 안에 있으면서도 복음의 능력을 경험하지 못한 채 종교적인 습관만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예배는 드리지만 임마누엘의 주님을 누리지 못하고, 기도는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방법과 경험을 더 신뢰하며 살아갑니다.
오늘 만난 그 형제도 어쩌면 그런 삶을 살아왔을지 모릅니다.
만일 삶의 모든 순간에 함께하시는 주님을 의식하며 살았다면, 분명 수형자의 모습으로 그곳에 머물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 더 큰 하나님의 은혜를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장소인 교도소가 그에게는 생명의 복음을 듣는 자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때로 우리의 실패와 눈물을 통해 가장 깊은 은혜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삶속에 풍랑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문제는 풍랑이 아니라, 풍랑 속에서 누구를 바라보느냐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같은 배를 타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잊었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사업의 풍랑, 질병의 풍랑, 관계의 풍랑, 실패의 풍랑이 몰려오면 함께 계시는 주님을 잊어버린 채 자신의 지혜와 경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씁니다.
그러나 복음은 우리에게 분명히 말합니다.
예수님은 멀리 계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와 함께 배를 타고 계시는 임마누엘의 하나님이십니다.
십자가는 단순히 우리의 형편을 조금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대신 십자가를 지신 것은 죄와 사망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신앙은 단순히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의 주인이 바뀌는 사건입니다.
가치관이 바뀌고, 삶의 목적이 바뀌며,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하시는 주님을 신뢰하는 삶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그 형제는 9월이면 출소합니다.
앞으로 두어 번 정도 더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기도는 단 하나입니다.
그가 출소하기 전에 참된 복음을 만나고, 예수님을 종교가 아닌 생명의 구주로 영접하여 남은 인생을 하나님과 동행하는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 함께 복음을 들었던 많은 젊은 수형자들은 놀라울 만큼 진지하게 말씀을 들었습니다.
모두가 집중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에어컨도 없는 무더운 공간에서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제 마음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넘쳐났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었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교도소 출구로 향하는 길.
저를 안내하던 한 수형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수형 기간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습니다.
"15년 형을 받았는데, 이제 4년 남았습니다."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아직도 4년이라는 긴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헤어지기 직전 저는 그의 손을 꼭 잡고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오늘 영접한 주님은 결코 멀리 계시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풍랑이 찾아오겠지만, 주님은 당신을 홀로 두지 않으십니다. 언제나 당신과 함께하시는 임마누엘의 하나님이십니다. 그 사실을 끝까지 믿으십시오."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힘 있게 대답했습니다.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짧은 대답 속에서 저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교도소의 문을 나서는 순간, 제 마음에는 깊은 감사가 밀려왔습니다.
오늘도 부족한 저를 사용하신 하나님.
오늘도 죄인들을 찾아가시는 하나님.
그리고 오늘도 저와 함께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셨다가 함께 걸어 나오신 임마누엘의 주님.
그분과 함께 복음의 용사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